출산휴가를 90일로 연장하는 등 확대된 모성보호 관련법이 지난해 1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나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평등의 전화 2001년 상담 사례'를 보면, 모성보호 관련 문의가 187건으로 전체 2522건의 7.4%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80건(전체의 4.2%)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상담이 늘어난 것은 모성보호 관련법 개정을 계기로 여성노동자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실제 사업장에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례를 분석해보면 직장내 성희롱이나 폭언 폭행 등 인권 관련 피해는 비교적 소규모 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반면 모성보호 무시 사례의 33.6%는 1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또 모성보호법 개정에도 기본적인 건강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여성들의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류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인데 실장에게 임신했다고 하자 `그만두라'고 해 항의했더니 `애를 떼버리라'고 폭언을 했다. 그 충격으로 몸에 이상을 느껴 휴가신청을 했으나 회사에서 이를 무시하고 무단결근이라며 일방적으로 퇴사처리를 해버려 결국 유산까지 하고 말았다.”
“제조업체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데 청첩장을 돌렸더니 상사가 `임신 5개월이 되면 사직한다'는 각서를 요구해 써냈다. 신혼여행 휴가도 짧게 주더니 결혼하면 그만 두는 것이 관례라며 계속 퇴사압력을 가하고 있다.”
“협동조합에서 전화교환원으로 6년간 일했다. 그동안 여직원 출산하면 무조건 그만두는 게 관행이라며 출산휴가를 줄 수 없다고 한다. 1999년부터 `출산 뒤 2년 동안만 근무한다'는 사규도 있어서 둘째 아이를 가지면 모두 퇴사할 수 밖에 없다.”
“공단의 사무직으로 6년간 근무하던 중 3개월된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했더니 며칠 뒤 정리해고 대상자란 통보를 받았다.”
“복지관에서 일하는 물리치료사인데 출산휴가를 신청하자 무급으로 쉬라고 한다.”
특히 계약직, 연봉제, 비정규직 등 불안정한 고용 조건의 여성 노동자들이 모성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을 상담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의료원에서 일하는 레지던트인데 임시직이란 이유로 산후휴가가 무조건 28일이다. 산전휴가는 꿈도 못 꾼다.”
“소프트웨어개발업체에서 연봉제로 일하고 있는데 사규에 출산휴가 때 급여를 기본급의 70%만 준다고 정해, 부당하다고 항의했더니 연봉제 노동자는 출산휴가 때 해고시켜도 무방하다고 윽박지른다.”
여성노동자회협의회 이정희 사무국장은 “모성보호 조항은 고용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노동자가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권리인데도 불구하고 최근 고용불안이 심해지면서 재계약 불이익 등을 우려해 요구조차 할 수 없는 사업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행정감독의 강화와 부동고용 사용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통해 이른 시일 안에 법이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한해동안 가장 많은 상담사례는 고용 관련으로 전체의 59.2%(1492건)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는 임금체불이 절반 이상으로 가장 많았고, 부당노동행위 17,5%, 부당해고 10.4%, 근로기준법 문의 10.1%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