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공익사업장엔 `직권중재' 일반·공익사업장엔 `행정지도' 노동계 반발 노동부 항공사업 필수공익사업 포함 추진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을 계기로 노동부가 항공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노조의 파업권을 제약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15일 “대한항공조종사노조와 아시아나항공노조의 파업에서 드러났듯이 항공사업이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만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검토하 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일반·공익사업에 대해서도 노동위원회가 교섭부진을 이유로 조정안을 내거나 조정을 종료하지 않고 행정지도를 내림에 따라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내모는 데 대한 비 판여론도 만만치 않다.
중앙노동위원회와 전국 각 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이 어렵거나 민감한 사업장은 적극적으 로 조정안을 내기보다는 행정지도를 남발, 불법파업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조종사노 조 파업이 대표적인 예다.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 으면 모든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조정전치주의'를 명시하고 있다. 이 또한 노동계로부 터 파업권을 제약하는 `독소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필수공익사업 파업 원천봉쇄=필수공익사업은 업무의 정지 또는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 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는 것으로 대체가 용이하지 않은 사 업(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71조 2항)을 말한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되면 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회부할 수 있어 사실상 합법파업이 불가능하게 된다.
하지만 노동관계법상 필수공익사업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그동안 한국정부에 여러차례 축소할 것을 권고한 사안인 데다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법적용의 형평성'을 들어 아예 폐 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조항이다.
한국노총은 최근 성명을 통해 “과거와 같이 독점적 기간사업이나 공익사업이 거의 사라 지고 동일사업에서 다수 업체들이 경쟁하는 현실에서 필수공익사업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 다”며 “정부가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확대하는 것은 노사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주장 했다.
현재 △철도와 도시철도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석유공급사업 △병원사업 △통 신사업 등 5개 업종이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다. 특별시·광역시 시내버스 운송사업과 은행사업은 올해부터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됐다.
◇합법과 불법, 기준이 뭔가=일반·공익사업이 합법파업을 하려면 `노동쟁의 발생→노동 위 조정(일반사업 10일, 공익사업 15일)→조정중단 또는 조정안 거부→파업'의 절차를 거쳐 야 한다.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불법이다. 이번 민주노총 연대파업에서 노동부는 태광산업(주) 이 조정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며 불법파업으로 규정했다.
필수공익사업은 합법파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필수공익사업은 조정이 성립되 지 않으면 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재에 회부할 수 있고, 중재기간 15일간은 파업 을 할 수 없다. 또 중재위원회가 제시한 중재재정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이를 거부하고 파 업에 들어가면 불법이 된다.
물론 충북대병원의 경우처럼 회사측의 귀책사유로 노동위원회가 중재에 회부하지 않아 합 법파업이 된 경우도 있지만, 이런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필수공익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대부분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불법행위를 해서 불법이라기보다는 절차상 불법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지난 99년 4월 서울지하철노조를 비롯해 지난해 금융산업노조, 한국통신노조, 보건의료 산하 대형병원노조 등의 파업이 모두 불법으로 규정됐다. 이들 사업장의 노동자들 은 노사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파업을 할 수 없어 회사측에 끌려갈 수 밖에 없고, 파업을 하 더라도 불법의 멍에를 뒤집어써 구속·해고 등의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파업권 봉쇄의 또다른 무기 `행정지도'=필수공익사업에 비해 비교적 합법파업이 자유로 운 일반·공익사업의 경우도 불법파업으로 규정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바로 노동위원 회의 `행정지도' 때문이다. 행정지도는 노동위원회가 노사간 교섭이 부족하다고 판단, 조정 을 하지 않고 다시 돌려보내 자율교섭을 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노동위원회는 대한항공조종사노조를 비롯해 (주)효성 창원공장, (주)고합 울산공장, 태성공 업, 대덕사, 세종공업(주), 경상대병원 등 7곳에 행정지도 처분을 내려 이들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위원회가 민감한 사업장의 경우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지 않고 직권중재나 행정지도로 무마하려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15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이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문제제 기가 잇따랐다.
첫 질문자로 나선 박인상 의원(민주당)은 “중노위는 대한항공 조정신청사건과 관련, 조정 이 이뤄질 여지가 없으면 조정의 종료를 결정해야 함에도 오히려 행정지도를 내려 불법파업 으로 몰고 갔다”며 “중노위가 대한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을 합법으로 만들어주는 것에 대 한 부담감으로 무리하게 행정지도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재는 소극적인 행정지도만 남발하고 있 다”며 “적극적인 중재역할로 분규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