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5단체장들은 4일 신라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6월 노동계 총파업 계획을 비난하는 한편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회동에는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 김각중 전경련 회장, 김재철 무역협회장, 김영수 중소기협중앙회장, 김창성 경총회장이 참석했다.
회동이 끝난 뒤 「굳은 표정으로」 성명을 발표한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올해 노사분규는 예년과 달리 외부세력 개입과 정권 퇴진 요구로 번지고 있다”며 “이러다가 나라가 망하겠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재계의 이같은 경고에는 총파업이 확산될 경우, 수출과 외자 유치가 타격을 받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구조조정 속에서 생존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투쟁뿐”이라며 총파업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재계는 무엇보다도 노동계의 6월 연대투쟁이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장 민주노총의 6월 12일 총력 투쟁과 한국노총의 6월 24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계기로 전국의 산업현장이 활화산으로 변할 것이란 걱정이다.
특히 효성 울산공장이 지난 29일 사노맹과 한총련의 개입으로 외부와 단절되고, 국내 에틸렌 생산의 4분의1을 맡고 있는 여천 NCC공장 파업사태가 장기화하는 것과 관련, 정부의 불법파업 방치에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 조남홍 경총 부회장은 “정부가 사태를 계속 방치하면 기업들이 독자적으로 자위대를 만들자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동계의 ‘하투’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노조가 총파업 참여를 위협 중이다. 또 6월 말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등 대형 사업장의 노사 협상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올 들어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낸 사업장이 378개에 달하며, 이중 140개 업체에서 쟁의조정이 진행 중이다.
노동계의 입장은 단호하다. 손낙구 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제대로 대접받는 게 6월 투쟁의 목표”라며 “파업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식 한노총 대외협력본부장도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는 경기 후퇴는 정부와 기업 책임”이라며 투쟁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잇단 노동관련 입법 논의도 노사 분규에 악재다. 6월 임시국회에선 모성 보호관련 법률이 신설·개정될 예정이고, 가을 정기국회에선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보호 문제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상정된다.
이중 유급 생리휴가와 관련, 재계는 「지나친 보호조항」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법 개정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받아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서도 재계는 초과근로 할증률 하향 조정과 월차휴가 폐지, 노동계는 근로조건 후퇴 불가 입장으로 평행선을 긋고 있다.
노사 갈등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면서 국가경제만 멍들고 있다. 재계는 NCC 파업에 따른 여천과 여수산업단지 내 관련업체 피해가 한달 평균 4172억원, 또 효성 파업에 울산과 구미공단이 가세할 경우 월 매출 손실이 69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과 화섬 수출이 당장 타격을 받게 되며, 금속노조가 파업하면 자동차 수출도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이다.
산자부는 “지난해 노사 분규에 따른 생산 차질액이 1조6357억원, 수출 차질액이 6억3600만달러에 달했다”며 “올해 노사분규 악화로 가뜩이나 위축된 외국인 투자가 더 움츠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